공천보복은 '실패정권'공천

공천 물갈이,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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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철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08-03-15 [09:44]

4월 총선을 향한 폭발음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10년만의 정권교체에 따른 여야공천이 정상을 일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을 내준 야당은 환골탈퇴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기회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무능한 좌파정권을 종식하고 정권탈환에 성공한 한나라당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박재승발 민주당 공천쿠데타는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나왔다. 당연히 국민들이 이해하고 지지를 보낼 수 있는 ‘감동공천’이 될 수도 있다.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탄핵역풍과 차떼기 부패정당의 멍에를 천막당사의 배수의 진으로 위기의 당을 살려냈다.

한나라당, 통합민주당의 이번 총선 공천은 아이러니 하게도 강재섭, 손학규 대표가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집권당이어서 막후의 보이지 않는 손에, 통합민주당은 박재승 구세주의 연출 주연에 의해 공천이 전횡되고 있다.

집권당인 한나라당만 놓고 보자. 공천 광풍으로 총선 압승 장밋빛 전망은 빛바랜 옛 얘기가 됐다. 불과 몇 주 사이다. 오죽하면 강재섭 대표가 12일 5당 대표 정책 토론회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과반수에서 1석만 더 당선시켜 주십시오” 하고 국민들에게 하소연했겠는가. 그만큼 총선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증거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0년 16대 총선에서 97년 15대 대선에 패배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본인의 책임을 논하지는 않고 자신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준 김윤환, 이기택, 신상우 등 거물 정치인들을 내쫓았다. 당시 이회창 총재의 숙명적 라이벌이었던 이한동 의원은 다가올 위난(?)에 대한 예지를 가지고 99년 12월 말 긴급피난으로 한나라당을 탈당, 16대 총선에서 기사회생하여 국무총리로 재기에 성공했다.

이회창의 칼바람은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로 끝났고, 그 결과 그는 2002년 대권 재수에서 또다시 실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좌고우면하지 않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다. 자신을 권좌에 올려준 창업공신들을 토사구팽(免死狗烹),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새로운 정치, 전국정당 추구가 명분이었다. 그는 지역주의 정당구도를 깨고 대통령 중임제 도입, 연립정부 제안의 정치개혁 구상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7대 총선 이후 선거 때마다 백전백패했다. 그가 그토록 경원시했던 지역주의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번 한나라당 공천 탈락 현역 의원이 영남권 62명 가운데 27명. 현역 교체율 43.5%로 사상 최대 물갈이다. 안 위원장이 내세운 전문성, 도덕성, 당 기여도, 의정활동, 당선 가능성만으론 27명의 현역 의원 탈락을 설명할 수 없다. 결국 ‘고령’과 ‘다선’이 주요 기준이었다. 실제로 5선의 이상득(73) 국회부의장을 제외한 65세 이상 의원 전원이 탈락했다. ‘형님 공천’이란 개그가 회자된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구색 맞추기로 공천에서 탈락시킨 박희태 의원이 전국구로 배려된다는 기사도 있다. 이렇게 하면 성난 민심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릴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한나라당 물갈이 공천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의심한다. 탈락 의원의 숫자를 맞추는 형식적인 형평성을 통해, ‘이명박당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생각이다.계파이해에만 골몰한 일부 공심위원들은 대오각성해야 한다. 정권 실세들의 뒷배를 봐주는 것으로 회자되고 있는 외부 공심위원들은 최소한 비례대표나 이 정권에 빌붙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한나라당 당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논어(論語)’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하루는 자로(子路)가 스승인 공자(孔子)에게 “군주(君主)를 모시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공자 왈, ‘물기야 이범지(勿欺也 而犯之)’. “윗사람을 속이지 말고 면전에서 올바른 말을 하라”는 뜻이다. 한나라당 공심위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국민들의 선택이 25일 앞으로 다가왔다. 필자가 단언하건대 지역주의 정치구도는 권력구조를 바꾸고 선거구제를 변경하고 행정구역을 조정하지 않는 한 요원할 것이다. 이번 18대 총선은 공천탈락 정치인들의 무소속 재기가 봇물을 이룰 것이다. 87년 직선제 대선 이후 가장 많은 수의 무소속 당선자들을 양산하는 총선으로 기록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제 다시 유권자의 차례다. 정당의 발전, 정치의 개혁, 성숙한 민주주의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국민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사)평화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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